세 번째 발작, 상담 재개
최근에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한동안 없었던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들숨 날숨을 수동으로 하고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고 답답해져서 심호흡을 해봐도 쉽게 가라앉지 않아 책을 내려놓고 쉬어야 했다. 여전히 종종 명상을 하며 커피는 점점 줄여가서 최근엔 거의 마시지 않았으니 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세 번째 발작이 찾아오면 무조건 병원으로 가기로 했으니 이제는 미룰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께 그간의 이야기를 말씀드렸고 나는 공황장애가 맞았다. 카페에서 머그컵에 따뜻한 커피를 받아서 자리로 가져가면서 온 신경을 집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심스레 걷는다고 해도 발걸음 따라 휘핑크림이 춤을 추기도 하고 끝내는 커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처럼 나는 늘 과도한 긴장상태로 살면서 언제든지 넘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본래도 예민한 편이고 긴장도가 높은 성격인데 환경도 긴장을 유발하는 상태에서 너무 오랫동안 혼자 참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보통은 긴장을 유발하는 상황이 끝나고 휴식을 취하면 긴장도가 낮아져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때때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고 식은땀이 나고 평소에는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환경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차선책은 약물밖에 남지 않았다. 선생님은 공황장애가 있는 상태를 방치하면 계속해서 건강에 악영향이 가기 때문에 약물로라도 긴장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공황장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질병이다. 선생님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줬는데 노인들이 내원하는 경우도 있고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다가 공황장애를 얻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 운동을 끊으라고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지만 과도한 신체활동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자 금세 호전되었다고 한다. 또 흥미로웠던 경우는 특전사들이었다. 강인한 사람이지만 뭐든 의지로 이겨내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공황은 의지로 이기려고 하면 안 되는 병이었다. 그 말은 내가 여름에 바로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너무 오래 버텼다고 에둘러 말하려는 것 같기도 했다.
한 가지 문제는 내가 지병이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병으로 수술을 한 적이 있으며 이후 재발하지 않는지 추적관찰 중이다. 현재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선생님이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치료받는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게 좋겠다고 해서 다음 병원 예약을 잡았다. 정신과에서 나에게 처방하려는 약물 이름을 받아왔고 지병에 영향이 있을지 상담한 후에 본격적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전에 급하게 약물의 도움이 필요한 때를 대비해서 비상약을 처방받았다. 필요시 반 개에서 한 개씩 먹거나 잘 모를 때는 선생님께 전화해서 여쭤보고 먹기로 했다. 그리고 커피와는 완전히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