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몸이 너무 안 좋았다. 병원에 가는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데다가 상담도 피곤하기 때문에 낮잠을 자게 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또한 그것이 밤잠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주일 동안 낮잠을 안 잔 날이 이틀뿐이었고,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은 날도 있었다. 낮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밤에도 잠들기가 어려워 한 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병원 가기 전날에는 너무 잠이 쏟아지고 깨어있질 못하니까 커피를 마시고 버텼는데, 낮잠을 안 잔 것까진 좋았으나 밤잠까지 심하게 설치게 되었다. 명상을 하고 눈을 감고 누워 있어도 소용이 없었고 재미없는 책을 읽어봐도 잠들지 못하다가 겨우 두 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났다.
저번 상담시간에 손거스러미를 뜯는 행동을 멈추지 못했던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인지 신경 쓰고 있었던 터라 일주일간의 상태에 대해 단순한 체력 저하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일주일 내내 손거스러미를 뜯지 않으려고 핸드크림을 열심히 발랐지만 정작 상담 전날에 한 번 뜯게 되자 멈추질 못했다. 선생님도 일주일간의 상태가 심리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셨지만 잘은 모르겠다. 일단 다음 일주일 동안 상태를 더 지켜보기로 하고, 가능한 낮잠을 안 자고 버텨 보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시 졸기는 했지만 아예 누워서 잠을 청하지는 않았고, 커피를 마시면 또 밤에 잠을 못 잘까봐 마시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주 오랜만에 자정이 되기 전에 잠들게 되었다. 당분간은 가능한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는 내가 처음 병원에 가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렸다. 나는 어떻게든 혼자서 나아져 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했었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이나 우울증, 스트레스, 심리 등을 다룬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던 중 나의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을 접하게 되면서 내가 왜 평생을 고통스러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아주 새롭지만은 않았는데, 왜냐하면 내가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거의 다 파악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에겐 그것을 설명하고 틀을 만들어줄 개념이 없어서 정리되지 못했던 것 뿐이었다. 그 후로 한 달 정도는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너무 바빴다. 과거의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양도 방대했지만 생각할수록 모든 것이 거짓, 왜곡, 착각 따위로 점철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바로잡고 다시 정리하고 새로 기억해야 했다. 나는 두통에 시달렸고 열이 나는 것 같을 때도 많았다. 당연히 피곤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낮 동안에도 잠이 오면 잤고 그것이 밤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정도 반복하자 자연히 낮잠이 줄어들고 두통도 가라앉았다. 그리고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머리로 이해하게 된 것은 많지만 그 깨달음이 실제 삶에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내 감정을 알아채고 인정하는 것 말이다. 그 이후로는 공부하겠다고 빌려서 읽고 있던 책도 다 반납하고 너무 골몰하지 않으려고 해왔다. 아무리 좋은 공부도 쉬어가면서 해야 오래 할 수 있는 법이다.
두 달 가량 상담을 받으면서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판단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오랫동안 우울증과 자살사고에 시달려왔던 이유를 찾기 위해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했다고 해도 나의 결론은 의견일 뿐이다. 물론 내 의견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판단하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의사의 일이다. 때문에 그 이유만 말씀드리면 다음 일은 선생님이 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번 상담 이후로 생각이 바뀌어서 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 선생님이 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생님 역시 내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셨다. 하지만 그에 대해 너무 골몰하지는 말라고 덧붙였다. 나 또한 지금은 그것이 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 깨달음은 중요한 전환점이기는 했지만 목표지점은 아니고, 한 사람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단 하나의 개념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환점을 돌아 나오자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목표지점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