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치료일지 (19) 썸네일형 리스트형 공황장애를 다루며 사는 중 공황장애로 내원한 지 몇 달이 지났다. 나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비상약만 갖고도 충분히 살 만 하다. 처음 약을 처방받은 달은 다섯 번을 먹었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세 번 정도밖에 먹지 않았다. 여전히 카페인을 절제하고 있지만 가끔 디카페인 커피 한 잔 정도는 마신다. 그보다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어김없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마지막 진료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당위성'이었다. 주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나 종교인에게서 보이는 특징이라고 했는데,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보니 세상의 흠결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느끼는 것이다. 그 말은 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당위는 너무나 옳고 윤리적인 것이고, 무엇보다도.. 공황장애 상담 두 번째 다음 진료일을 기다리는 한 달 동안 비상약을 몇 차례 먹었다. 처음 먹었던 날 저녁, 문득 내가 숨을 멈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호흡을 하고 스트레칭도 해봤지만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것 같아서 약을 먹었다. 무슨 변화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잠이 들었지만 평소와 달리 새벽에 땀에 젖어 깨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만에 정신과에 가서 지병에 관한 조언부터 전달했는데, 특별히 먹어서는 안 되는 약물은 없으나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내원하여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과에서는 약물을 처방하지 않았다. 약물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항우울제를 먹게 되는데, 이 약은 치료시기를 아주 길게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발작이 자주 있지 않고 내.. 세 번째 발작, 상담 재개 최근에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한동안 없었던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들숨 날숨을 수동으로 하고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고 답답해져서 심호흡을 해봐도 쉽게 가라앉지 않아 책을 내려놓고 쉬어야 했다. 여전히 종종 명상을 하며 커피는 점점 줄여가서 최근엔 거의 마시지 않았으니 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세 번째 발작이 찾아오면 무조건 병원으로 가기로 했으니 이제는 미룰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께 그간의 이야기를 말씀드렸고 나는 공황장애가 맞았다. 카페에서 머그컵에 따뜻한 커피를 받아서 자리로 가져가면서 온 신경을 집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심스레 걷는다고 해도 발걸음 따라 휘핑크림이 춤을 추기도 하고 끝내는 커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처럼 나는 .. 공황장애를 의심하고 있다 요즘 공황장애를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은 없는 상태이다. 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는 갈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혼자 극복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에 편의상 공황장애, 공황발작이라고 쓰는 사건들은 모두 나의 추측에 불과하며 전문의의 진단이 아님을 밝힌다. 첫 번째 공황발작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출근은 했지만 별다른 일도 없고 사람도 없이 혼자 있었던 날 오후였다. 그런 날에도 나는 사무실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그게 가능할 만큼 보통은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도 잘 버티는 편이다. 그런데 그날은 유달리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무리 심호흡을 해봐도 나아지질 않았다. 견디다 못해 사람이 오지 .. 상담 종료 후, 내 안의 선생님 찾기 정신과 상담을 종료한 지 반년이 지났다.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내 일상은 큰 변화가 없다.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며 수면위생 개선에 힘쓰고 있으나 쉽지 않고, 기타 생활수칙을 정해 매일같이 실천하며, 나의 감정을 잘 살피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고, 내가 처한 환경으로부터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나의 우울과 불안에도 고저가 있었다. 다시 상담 예약을 잡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때도 있었고 이만하면 괜찮다 싶은 때도 있었지만 아직은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힘들 때마다 병원으로 달려가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큰 상처가 생기면 봉합해야 하지만 그런 사고는 자주 일어나지 않고 보통은 연고와 밴드 정도로, 혹은 그것도 없이 해결이 .. 열두 번째 진료 요즘 내가 하는 것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균형 잡기'다. 나는 지레 걱정하는 버릇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늘 최악을 상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 상상만큼 실제 상황이 나쁘지는 않을 때가 더 많고, 나쁜 일도 어떻게든 지나가기 마련인 것이다. 요즘은 내일의 걱정을 오늘 당겨서 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일이 되면 내일의 내가 알아서 걱정하고 대처하겠지만, 오늘의 나는 내일의 일에 대해 걱정만 할 뿐이지 대처할 수 없으니까. 오늘의 나는 내일을 살아갈 힘을 비축하고 밤이 되면 잘 자 두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적정선을 찾고 기울어진 것을 바로잡는다. 너무 늦게 자는 습관도 아주 오래되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당기고 있고 요즘은 대체로 이르면 12.. 열한 번째 진료 요즘은 누워서 잠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매일 잘 자는 것도 아니고 항상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오랫동안 겪어 온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후 2시 무렵에 커피를 마신 뒤 잠을 못 잔 적이 있어서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고 잠자리에서는 가능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필요하다면 명상도 한다. 그리고 저번 달에 계속 몸이 좋지 않고 낮잠이 늘었던 것이 오로지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타민제를 사서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다. 최근에 내가 싫어했던 사람을 만날 일이 있었다. 당연히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타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연습을 해 보자고 마음을 먹고 나갔다. 그런데 싫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힌 채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 그 사.. 열 번째 진료 오랜만에 아주 바쁜 일주일을 보낸 뒤 병원을 방문했다. 이번 달 초부터 계속 몸이 좋지 않고 낮잠을 많이 자게 됐던 것과 달리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되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밤에 잠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활력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엔 특히 문화생활을 많이 했는데 책, 영화 등을 통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것들을 만나면서 내 생각이 환기된다는 점이 좋다. 지난번 상담에서 했던 이야기를 곱씹다가 깨달은 것부터 말씀드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나를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게 한다고. 그런 태도는 내 일상 전반을 집어삼키고 있었는데, 나는 늘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껴왔으나 의무감은 목적이 될 수 없는.. 아홉 번째 진료 이번 일주일도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낮잠을 안 자고 가능한 자정 전에는 누우려고 했지만 낮엔 늘 멍하고 밤엔 일찍 자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잠들기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너무 강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현재 내 상태와 내가 원하는 상태 사이에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어디까지인지 생각하며 천천히 노력해보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보니 일조량이 부족해서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모든 것이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서 비타민제도 구매했다. 그리고 별건 아니더라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움직이고는 있다. 예전 같으면 무력감에 젖어 이마저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는 저번 주에 이어서 그런 깨.. 여덟 번째 진료 일주일 동안 몸이 너무 안 좋았다. 병원에 가는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데다가 상담도 피곤하기 때문에 낮잠을 자게 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또한 그것이 밤잠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주일 동안 낮잠을 안 잔 날이 이틀뿐이었고,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은 날도 있었다. 낮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밤에도 잠들기가 어려워 한 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병원 가기 전날에는 너무 잠이 쏟아지고 깨어있질 못하니까 커피를 마시고 버텼는데, 낮잠을 안 잔 것까진 좋았으나 밤잠까지 심하게 설치게 되었다. 명상을 하고 눈을 감고 누워 있어도 소용이 없었고 재미없는 책을 읽어봐도 잠들지 못하다가 겨우 두 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났다. 저번 상담시..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