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신과 치료일지

첫 번째 진료

병원 대기실의 모습은 정신과나 다른 병원이나 그리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인지 진료실에 들어가서도 생각보다 많이 긴장하지도 않았고 말만 잘했다. 선생님은 내가 뇌 자체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 같지는 않고 환경과 스트레스 등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최근 몇 년 동안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뇌에 문제가 있었다면 해내지 못할 일들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약물을 쓰기보다는 심리검사를 토대로 상담을 해 본 뒤에 치료계획을 잡아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 귀에 꽂힌 말은 "너무 잘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첫 진료 때 말을 잘 못할까 봐 미리 할 말들을 적어 놓았다. 정작 병원에 갈 때는 잊어버리고 안 가져갔지만 그게 A4용지로 3장이나 되었으니까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진료 기록을 남기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혼자서는 잘 되지 않아서 결국 병원으로 향한 것이었다.

 

병원에서 준 검사지를 받아 들고 진료실을 나와 곧장 동네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서 천천히 쉬면서 검사지의 질문들에 답을 적어 넣었고, 다시 병원으로 가 답지를 전달하고 나왔다. 제대로 작성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문항이 많고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검사지를 오래 갖고 있어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검사는 문항이 굉장히 많았는데도 의외로 어렵지 않게 답지를 작성할 수 있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글을 읽는 데 집중이 잘 안 되고 독해력도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질문들이 짧아서 그런지 닥치면 다 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다음 예약일에는 이 검사를 토대로 더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나는 뭘 준비하면 좋을까? 역시나 나는 또 잘하려고 노력한다.

'정신과 치료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 번째 진료  (0) 2020.08.10
세 번째 진료  (0) 2020.08.02
두 번째 진료  (0) 2020.07.25
진료예약  (0) 2020.07.10
시작  (0)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