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7) 썸네일형 리스트형 『보건교사 안은영』: 무지개 칼과 허름한 손전등 *이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지만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진 않을 거예요. 집에서 영화나 보며 편히 쉬려고 외장하드를 뒤적거릴 때가 있다. 하드에는 봤던 영화도 있고 받아만 놓고 아직 안 본 영화도 많다. 그런데 뭔가… 생각 없이 편하게 볼 만한 영화가 눈에 띄질 않는다. 고르기 귀찮아져서 해리포터를 보는 것도 이젠 질렸다. 이내 외장하드 케이블을 뽑아버리고는 그냥 눕는다. 책도 마찬가지다. 편하게 볼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친구의 말에 내 책장을 둘러보면 똑같이 머리가 아파온다. 비문학이 대부분이며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은 드물고 국내 서적보다는 번역서가 많다. 결국 책 추천을 포기하고 서점에 가서 얇고 껍데기 예쁜 책을 사라고 해버린다. "저는 이 이야기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습니다." .. 문라이트: 파르라니 빛나는 외피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에는 흑인, 마약, 슬럼, 퀴어 등 다양한 소수자적 정체성이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이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목표의식이 있었다면 이와 대비되는 주류 사회의 일원을 등장시켰어야 한다. 이를테면 최소한 우범지대는 아닌 곳에서 충분한 보호와 교육을 받은 백인 말이다. 왜냐하면 소수자는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니라 외국인 것처럼, 흑인들만 등장하고 주인공이 마약과 연관된 삶에서 빠져나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곳에서 정치적인 입장을 내세우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중, 삼중의 마이너리티는 영화에서 보면 특이해 보일지 몰라도 현실 속의 우리들 ..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들: 마음의 벽을 뒤로 하고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들을 좋아했다. 내가 본 작품은 , , 인데 나는 이 세 편을 관통하는 주제가 '마음의 벽'이라고 생각한다. 세 작품은 전개 방식 또한 동일하다. 영화는 이미 주인공을 둘러싼 갈등이 충분히 고조된 상태에서 시작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가 끝나도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린 결말이 가져다주는 답답함이나 허무함보다는 밑도 끝도 없는 긍정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 갈등 상황을 대하는 마음이 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갈등이 생기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쉽사리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래된 흉터를 보면서 마치 지금도 .. 이전 1 ··· 4 5 6 7 8 9 10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