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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진료 진료실에 들어가 앉으면 일주일 간의 근황 이야기부터 하게 된다. 요즘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잘 조절하면서 살고 있다. 잠을 설쳐도 새벽에 깨면 깼나 보다, 또 자야지, 아침에 눈이 안 떠지면 그런가 보다, 그럴만하니까 안 떠지겠지 하며 지낸다. 소음 때문에 숙면에 방해가 되는 것 같으면 귀마개를 끼고 자면 된다. 그래서인지 잠이 얕아도, 꿈을 많이 꾸는 날이 있어도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 그리고 전부터 공부하려고 했던 게 있는데,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면서 선뜻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많이 하지도 못하고 잘하지도 못하지만 아예 하지 못했던 때에 비하면 요즘이 훨씬 나으려니 하고 있다. 며칠 전, 집에 혼자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보나마나 경비실에서 택배 ..
아프면 쉬세요 "학교 가서 죽어라" 요즘도 이런 말을 할까? 아마 코로나 때문에 안 할 것이다. 요즘은 몸이 아프면 학교나 직장에 가지 말고 꼭 쉬어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병원이나 보건소로 가서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말은 우리 집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등교는 제시간에 해야만 한다고 믿는 어른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배운 아이들은 아플 때도 학교에서 버텨야만 성실한 학생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조퇴는커녕 양호실 침대에 누워있는 것조차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쉽지 않았고, 그 많은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고작 두 개 뿐인 침대는 늘 비어있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아프면 휴식을 취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다섯 번째 진료 병원의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고 2주 만에 상담을 받았다. 상담예약이 없었던 지난주에 우울한 기분이 올라와서 빨리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터라 상담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첫 진료를 받기 전까지는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상담을 시작한 뒤로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 우울감이 들었던 날, 나는 아침 해가 뜨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보통 이런 때는 몸은 누워있지만 머릿속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기 때문에 쉬지도 못한다. 물론 요즘 평생에 걸쳐 눌러왔던 기억과 감정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늘 마음이 분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지난달이 더 심했다. 미열이 나는 것 같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여서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필요하면 낮잠도 잤다. 그런 것도 한..